부부교사였던 효영님 커플은 10년 전, 여름방학을 맞아 한 달간 프랑스 파리에 머무르며 여행했다. 그때 묵었던 숙소는 당시만 해도 낯설었던 에어비앤비였다. 호스트는 아들 둘을 키우는 싱글맘 요리사였고, 그녀 집에서 한 달 동안 내 집처럼 편안하게 지냈던 경험은 효영님에게 언젠가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되어보리라는 꿈을 품게 했다. 전 세계에서 온 여행자들을 맞이하며 그들과 즐겁게 어울리는 호스트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효영님이 이 꿈을 호스트에게 살짝 내비치자 그녀는 관심이 있으면 주저말고 시작해보라고 권했다. 본인도 아이들이 여름 캠프를 간 동안 친구 집에 머물고, 집은 잠시 여행자들에게 제공한 게 호스팅의 시작이라고 말하며, 다양한 여행자들을 만나 쌓은 추억이 인생의 큰 선물이라고 했다.
4년 전, 특수학교 교사직을 그만두고 이사를 할 무렵에 효영님은 호스팅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처음엔 낯선 사람을 집으로 들이는 점 때문에 남편의 반대가 컸지만, 파리에서 만났던 호스트처럼 즐거운 경험을 쌓을 수 있다고 꾸준히 설득을 하자 남편도 동의하기에 이르렀다. 첫 게스트는 윗층에 살던 프랑스인 교환학생의 남편이었다. 12일간 효영님 집에 머물며 주말이면 이들 부부와 함께 식사와 와인을 곁들인 대화를 하며 낯설지만 기분 좋은 추억을 쌓았다. 마침 프랑스에서 호스팅을 하는 교환학생의 남편으로부터 호스팅에 대한 조언을 얻은 덕분에 낯선 이를 받아들이는 것을 주저했던 효영님 남편의 걱정도 누그러졌다.
본격적으로 호스팅을 하려고 마음 먹은 효영님은 게스트들이 취향이 녹아 든 숙소에서 편안하고 아늑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틈틈이 한 여행 중에 묵었던 호스트들의 개성이 담긴 집처럼 효영님의 집도 본인의 취향을 담아 하나하나 채워갔다. 덕분에 이 집을 찾아오는 게스트들은 그녀와 취향이 비슷한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디자인과 사진을 좋아하는 게스트들이다.
홍대 인근 다세대 주택에 위치한 효영님의 집은 내추럴 컬러를 기본으로 화초로 포인트를 주었다. “인테리어 목적으로 화초를 들였는데, 실내 공기도 좋아진다고 해서 가드닝 수업도 들었어요. 또 자연스런 톤으로 꾸민 실내에 도자기를 놓으면 멋질 것 같아 도자기 수업도 들으며, 직접 제작한 도자기도 소품으로 두었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집이 제 취향의 집결소이자 취향을 발현시키는 공간이 됐어요. 제가 좋아하는 아이템으로 채워진 집에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와서 서로 취향을 공유하는 게 즐거워요.”
효영님이 말하는 호스팅의 또 다른 즐거움은 그녀가 좋아하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장소를 소개하는 거다. 동네 카페나 쉽게 만날 수 없는 문구류가 가득한 독립출판서점, 빈티지숍, 한글 디자인 제품을 파는 소품집 등을 추천하는데, 게스트가 다녀와서 마음에 들었다고 말해줄 때 무척 뿌듯하다. 이처럼 낯선 이들과 서로의 취향을 공유하며, 이로 인해 좀더 가까워질 때 즐거움은 배가된다.
에어비앤비를 처음 시작하려는 분들 중 인테리어가 고민인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고 하자, 호스팅을 하며 셀프 인테리어에 자신감이 붙은 효영님은 이렇게 조언한다.
처음부터 모든 걸 갖추고 시작할 필요가 없어요. 현재 집에 있는 소품 하나하나가 이미 자신의 취향으로 고른 거잖아요. 그렇기에 기존 물건들을 가지고도 충분히 호스팅 할 수 있어요. 특히 애착이 가는 소품이나 인테리어 테마가 있다면, 그걸 중심으로 조금씩 추가해 나가는 거죠. 제 경우엔 라탄 제품과 식물이에요. 돈을 많이 들여 투자하는 것보다는 게스트가 편안하고 깨끗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더 중요해요. 호스팅을 하며 게스트들에게 불편한 점이 없는지 물어보면서 하나씩 추가해가면 된답니다.
한효영, 에어비앤비 홈 호스트
앞으로 호스팅을 하면서 자신이 가진 또 다른 취향을 발견하고 개발할지 기대된다는 효영님. 게스트라면 효영님처럼 호스트의 취향이 넘치는 집에 머물고 싶을 것 같다. 누군가의 취향을 보고, 나의 취향을 살펴보는 것. 그것 역시 또 다른 의미의 여행이라 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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