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트 하이라이트: 에어비앤비는 우리 가족에게 끈끈한 동지애를 선물해줘요

자유롭게 나다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나이 50+. 에어비앤비 시니어 호스트가 되어 전 세계 여행자들이 집으로  찾아와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여행 경험을 나누는 하루하루가 기쁘고 보람 있고 활기가 넘친다. 부산 호스트 정현숙님의 스토리는 [에어비앤비 액티브 시니어 인생 호스팅] 책에 소개된 내용을 일부 발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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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식구가 함께 하는 호스팅

웰컴 투 ‘Busan’. 나는 2년차 새내기 호스트다. 만 1년이 다 되도록 아무 탈 없이 에어비앤비를 통해 외국인 민박을 운영할 수 있었던 건 우리 가족들 덕분이다.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지만 군말 없이 도와주는 남편, 언제나 엄마를 응원해주는 든든한 딸, 엄마와 누나가 바쁠 때 구원병이 되어주는 아들. 이렇게 네 식구가 서로 도와가며 민박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우리 딸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에어비앤비 계정을 만들고 엄마가 낯설어 하는 온라인 메시지 보내기를 대신해 주는 건 물론 외국인 게스트와 아침 식사를 하며 함께 소통하는 것도 딸아이 역할이다. 처음엔 아침 식사 배달을 맡았는데 게스트와 같이 식사를 하면서부터는 ‘부산 사람처럼 부산 여행하는 법’도 알려주고 우리 집에 대한 장단점도 물어 볼 수 있어서 좋다며 출근 전 잠깐 짬을 내어 식탁에 앉는다. “엄마가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게 보기 좋아요.” 마음씨만큼 말도 참 곱게 하는 딸이 있어서 언제나 든든하다.

 

대학생인 아들은 엄마나 누나가 바쁠 때 대신해서 지하철역으로 게스트 마중을 나간다. 또래 친구들이 오면 말동무가 되어 주기도 한다. 20대 초반의 중국인들이 한류 가수의 콘서트를 보러 왔는데 아들도 음악을 좋아해서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남편은 쑥스러움이 많아서 외국인 게스트와의 접촉은 없지만, 집안의 가장으로서 가족의 버팀목이 되어 준다.  꽃나무 가지를 치는 등 정원을 가꾸는 것은 남편의 몫. 그 외에 요리와 청소를 하고 두루두루 집 안의 자잘한 일을 살피는 건 엄마인 내가 도맡아야 한다. 우리 넷은 제법 손발이 잘 맞는 가족이다.

 

한국의 옛날 이층집으로 여행 온 외국인 친구들

우리 가족이 사는 부산시 대연동에 있는 오래된 이층집은 부산의 옛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남편이 국민학교 3학년 때부터 40년간 머물고 있는 집. 계단, 처마, 빨간 벽돌 등 외관은 여전히 옛 모습 그대로다. 여기서 태어나고 자란 자식들의 흔적과 2층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던 우리 부부의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외국인 친구들도 할머니 댁을 떠올리게 하는 오래된 주택을 보고 정겨워한다. 특히 낮은 높이에 얼기설기 얽혀있는 전신주와 전깃줄은 호기심의 대상이다.

 

1년 새 중국, 태국, 일본, 프랑스, 벨기에, 캄보디아, 미국, 독일, 캐나다 등 수많은 나라의 여행객이 우리 집을 다녀갔다. 다음에는 또 어떤 게스트가 와서 우리 가족에게 추억을 심어두고 갈까? 두근두근하다.

 

가족 관계를 더욱 든든하게 이어주는 호스팅

에어비앤비 호스팅 이후 우리 가족은 달라졌다. 내가 시집오면서 신혼살림을 차렸던 이층을 게스트에게 내어주면서 한 가족이 1층에 도란도란 모여 지내는데, 한 공간에 모여 지내다 보니 가족 간의 대화가 배는 늘어났다. 내심 ‘내 고집으로 가족들이 불편해하면 어떡하나?’ 걱정한 적도 있었지만 역시 에어비앤비를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호스팅과 게스트에 대한 이야기부터 딸이 일하면서 겪는 고민, 아들의 학교생활 이야기까지 시시콜콜하지만 소중한 대화들로 집 안이 가득 찬다.

 

얼마 전에는 딸과 전주로 둘 만의 단출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다른 지역의 민박을 답사하겠다는 핑계로 떠난 여행이지만 딸과 소중한 추억을 쌓고 돌아왔다. 평소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자고 말만 앞섰지 막상 떠나질 못했는데 에어비앤비를 시작한 이후 떠날 수 있는 핑곗거리와 용기가 생긴 것이다. 앞으로는 남편, 아들과 시간을 맞춰 온 가족이 함께 경주로 제주도로 답사를 가장한 가족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그날이 빨리 오길 언제나 기다린다. 호스팅은 우리 가족을 더욱 든든하게 연결해 주는 보이지 않는 끈이다.

 

미래에도 여전히 호스팅

지금은 언어나 인터넷에 대한 부분에서 딸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서서히 딸이 시집갈 날을 대비하고 있다. 영어공부를 하고 나만의 보디랭귀지를 개발하거나 번역 앱을 통해서 외국인들과 좀 더 원활하게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아들, 딸이 독립하는 날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대가 된다. 나름대로 세워둔 계획도 있다. 현재 우리 가족이 생활하고 있는 1층도 방을 공유해서 개량 한복을 입고 게스트를 맞을 거다. 영어를 내 맘처럼 말할 수 있으면 김치전 만들기, 떡 만들기 등 쿠킹 클래스도 열어볼 참이다. 오래오래 부산시 대연동 우리 집에서 게스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아이들은 독립하고 나서도 언제나 든든한 내 편이 되어줄 테니까. 엄마는 마음껏 꿈을 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