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트 스팟라이트: 정성스레 가꾼 제주 정원의 아름다움을 게스트와 나누고 싶어요
제주도 동북에 위치한 작은 마을 선흘리 끝자락. 돌벽 너머로 영국 정원을 옮겨다 놓은 듯 정성껏 가꾼 정원이 아름다운 전통 돌집이 숨겨져 있다. 바로 은영님의 집이다.
선흘리에 사는 후배를 만나러 왔다가 작은 감귤밭을 품은 마을의 아름다움에 반했다. 그러다 5년전 지금의 집 ‘달밭코티지’과 인연이 되었다. 통시(돼지 우리를 겸한 화장실), 구들장과 가마솥까지 돌집의 원형을 거의 그대로 가지고 있던 집은 오랫동안 비워져 있어서 잡초가 무성했다.
서울에서 어린이 책 전문 북디자이너로 살던 호스트 은영님은 도시여자다. 아파트에서 살면서 식물을 키워본 적도 없던 초보 정원사. 머릿속엔 아름다운 영국 코티지 정원이 있지만 현실은 잡초지옥이었다. 다행히 정원가꾸기를 오래하신 시아버님이 많은 도움을 주셨다. 며느리의 좌충우돌 정원가꾸기 이야기를 듣던 아버님은 정원일의 노하우를 직접 가르쳐 주셨다. 몇년 앞을 내다보며 정원 전체를 디자인하는 아버님 덕분에 어느정도 감을 잡고, 삼년차가 되니 드디어 정원일의 ABC를 조금은 터득하게 됐다는 은영님.
다섯 번째 봄을 맞이하기 까지 집안 구석구석 호스트의 정성이 안 간 곳이 없다. 보일러도 냉장고도 없는 온실에 있는 구들방에 누으면 백색가전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고 오로지 새소리만 들린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면 마치 야외에서 자는 것 같아 방문을 열고 잔 적도 많다. 5월 중순 귤꽃이 피면 일주일 동안 마을에 귤꽃 향기가 가득하다. 밤공기에 은은히 퍼지는 꽃향기를 잊을 수 없다는 은영님은 자신이 좋아하는 이 집의 매력을 손님들도 그대로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젊어서는 마음이 들뜨고 기다림의 가치를 몰랐는데, 나이가 드니까 한해 한해 시간을 두며 정원을 가꾸는 가드닝을 통해 얻는 기쁨이 크다는 은영님. 이제는 정원일을 하면서 흙을 만지는 게 좋고, 조용한 정원에 앉아 화초랑 있으면 매일 매일 착해지는 기분이 든다. 덩달아 게스트분들도 소중하게 이용하고 다른 계절에 또 오는 분들이 많아 그게 제일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시골에서 예쁜 정원을 가꾸면서 호스팅을 해볼까 생각하는 분들에게 은영님은 “호스팅을 하기 위해 정원을 가꾸기엔 품이 너무 많이 들어요. 정원을 가꾸시던 분이 이 아름다움을 혼자 보기 아까워서 사람들을 초청해 함께 나누고 싶을때 시작하시면 좋을 거 같아요.”라고 조언한다.